시가 있는 풍경/시를 잊은 시인

고백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22. 1. 31. 17:24

고백 / 서창범

 

 

친구들이, 나이 들어

웬 사랑 노래를 부르냐고 놀리지만

순수, 자연, 고결, 희생, 부끄러움

이런 단어들을 이젠 잃어버려

아직 나는 그런 시를 잘 쓰지 못한다

 

친구들이, 나이 들어

지긋지긋한 사랑은 그만 잊어라하지만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속에 친구들도, 청춘도, 사랑도

또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날 함께한 기―억―들

자신을 사랑함에 인색했던 시―절―

그때로 다시 돌아가

상처받은 우리들에게 위로와 사과를 하려는 이유이다

 

친구들이 나이 들어

이제 사랑 시는 그만 쓰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시를 쓰고 싶은 욕심에

오늘도 남아있는 기억과

그리움의 한―켠을 끄집어 내어

한줄한줄 시를 썼다지웠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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