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 김영랑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엇머리 자진머리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마저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어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만갑(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장단(長短)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타 - 요
떠받는 명고(名鼓)인데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오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 같이 익어 가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 김영랑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때 나는 이름만으로 그가 여류작가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시를 읽다보면 남성적인 힘이 느껴집니다. 영랑은 대부분 시의 제목을 붙이지 않았고 이번에 소개하는 <북>이란 시도 가제이며 1936년 「영랑 시집」에 발표된 시입니다. 시집의 출판 연도로 봐서 그가 34세 이전에 지은 시로 추정됩니다.
우리민족 전통의 가락이 시로 춤추는 영랑시인의 <북>을 감상하시며 여러분이 북을 치며 등실등실 춤을 추고 소리가락에 추임새를 하는 상상과 대동세계를 그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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