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내가 좋아하는 시 100선

[시 100선] 19. 수풀 아래 작은 샘 / 김영랑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22. 3. 13. 10:01

수풀 아래 작은 샘 / 김영랑

 

수풀 아래 작은 샘
언제나 흰 구름 떠가는 높은 하늘만 내어다보는
수풀 속의 맑은 샘
넓은 하늘의 수만 별을 그대로 총총 가슴에 박은 샘
두레박이 쏟아져 동이 가를 깨지는 찬란한 떼별의 흩는 소리
얽혀져 잠긴 구슬 손결이
웬 별나라 휘흔들어 버리어도 맑은 샘
해도 저물녘 그대 종종걸음 훤 듯 다녀갈 뿐 샘은 외로워도
그 밤 또 그대 날과 샘과 셋이 도른도른
무슨 그런 향그런 이야기 날을 새웠나
샘은 애끈한 젊은 꿈 이제도 그저 지녔으리
이 밤 내 혼자 나려가 볼거나 나려가 볼거나

 

※ 중앙문화사에서 발간한 영랑시선(1949)에 수록된 시입니다. 1949년은 6.25전쟁이 발발하기 1년전이며 또한 시인이 운명을 달리하기 1년전으로 <영랑시선>은 그의 마지막 시집이 됩니다.
<수풀 아래 작은 샘>을 감상하면 영랑시인의 소박함과 수줍음을 엿볼수 있으며 우리가 어릴적 하나씩 간직한 나만의 비밀 장소에서 숨어 사색하던 풍경이 그려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때묻지 않은 수풀 아래 작은 샘은, 맑고도 하늘의 별을 담을 만큼 시인에게는 넓은 안식처가 되었고 그대와 나 그리고 샘, 이렇게 셋만이 아는 비밀속에서 그대와 나는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젊음을 간직한 샘에게서 나의 젊은 날을 찾으려 갈까하는 시인의 발걸음과 그리움이 잔뜩 보입니다.

오늘 당신의 비밀장소를 떠올리며 꿈속에서 나마 찾아가 보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