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내가 좋아하는 시 100선

[시 100선] 23. 교목(喬木) / 이육사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22. 4. 2. 20:59

교목(喬木) /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이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교목]은 1940년 7월 「인문평론」(1940년 7월)에 발표된 이육사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쉽게 교목이라하면 학교를 상징하는 나무로 생각할수 있지만 여기서 교목이란 작은 키의 관목에 대비하는 큰나무로 교목의 사전적 의미는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란 나무'라는 뜻으로 흔히 곧게 뻗은 큰 아름드리 나무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교목은 때론 마을의 상징이 될 것이고 어느 높은집의 동량이 되거나 대들보가 되고 또 교목은 춘하추동의 세월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혼자 간직하며 살아갈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인은 이 교목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사실 이 시에서 육사는 교목을 부르워하면서도 질책도 하고 또 연민도 하는 복잡한 마음을 저는 읽었습니다.
일생동안 17번에 체포와 투옥에서 시인의 의지는 그리고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지성의 미래는 암울하고도 여러 감정이 섞여있습니다.
교목은 쓰임이 많기에 자유로울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특히 부나 권력을 가진자에 눈에 띄이는 날은 평생을 썩어 내려않거나 불타서 재될 때까지 고역의 역사를 지고 가야할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식민지 시대에 청년으로 일제의 교목이 되느니 차라리 낮은 자리에서 추위와 바람을 피해 총을 잡았던 이육사, 그러면서도 시인의 감수성을 버리지 않았던 육사의 삶을 생각해보시며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지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