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 이육사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절정]은 「문장」(1940년 1월호)에 발표된 이육사 시인의 작품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절정이란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에 많이 쓰이며 어떤 상태나 상황이 극단적으로 좋아지는 정점에 올랐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단어로는 정점, 고점등이 생각나며 의미는 비슷하지만 방향성이 완전히 반대의 단어로는 바닥을 치다. 나락, 극한 등이 있을것 같습니다
시인이자 무장독립운동을 하는 군인이 이제 일제에 쫒겨 쫒겨 간 곳,
저 한 겨울 북방의 산골짜기는 어떠했을까요?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2연과 3연에서 극한의 상황과 지치고 고난의 현실을 이육사 시인은 거의 울부짖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늘도 지쳐 끝난 고원에 까지 쫒겨와서는 서있을 공간으로 허락된 곳은 서릿발 칼난진 곳, 무릎을 꿇고 싶어도 꿇을 공간조차 없고 한발 재겨 디딜 곳 마져없는 칼날 위.
저 북방의 찬 바람과 어둠, 두려움, 배고픔, 그리움, 회한 등 여러 감정들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고 그렇지만 이육사 시인은 그러한 상황을 절정이란 표현으로 오히려 극복하려고 합니다.
대한독립을 위해 싸웠던 많은 분들이 광복된 조국의 하늘을 보지 못하고 어느 장소 모를 곳에서 불귀의 혼이 되어 오늘도 떠돌고 그래고 춥고 어두운 밤이면 서러워 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그분들에게 작은 모닥불이 되어 잠시나마 위로를 건낼수 있는 방법은 기억하고 또 기록하는 일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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