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내가 좋아하는 시 100선 26

[시 100선] 6. 서시 / 윤동주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尹東柱)시인이 1941년 11월 20일에 창작하여 그의 유고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1948)의 첫머리에 수록되어 있는 시이다. 생전 윤동주 시인은 이 시집에 19편의 작품을 실고 77부만 한정으로 출판하려하였으나 당시 일제의 검열이 심하여 보류하였다가 이후 그가 죽고 난 후 그의 다른 작품과 함께 유고집으로 발간되었다. 먼저 소개한 김소월이 전통적 한과 서정을 시로 썼다면 윤동주는 식민지를 살아가는 근대적인 젊은이의 애한과 고민 그리고 부끄러움을 ..

[시 100선] 5. 개여울 / 김소월

개여울 /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이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요즘 시인의 시집 한권에서 마음에 다가오는 시를 여러 편 찾는 것이 나는 무척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우리의 이해력의 한계도 있지만 솔직히 고백한다면 가슴에 와닿는 시를 쓴다는게 어렵다는 이야기일 것이며 시집을 한,두편의 시로 내기에는 무리..

[시 100선] 4. 접동새 / 김소월

접동새 /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산 옮아겨며 슬픠 웁니다 ※ 김소월은 우리나라의 전통적 정서를 서정시로 표현하였으며 이번에 소개하는 접동새는 구전되어 내려오는 우리민족의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였습니다. 진두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슬피우는 접동새에 얽힌 가슴시린 전설과 남매의 정을 눈을 감고 그려보세요.

[시 100선] 3. 첫사랑 / 김소월

첫사랑 / 김소월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 위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 꽃이 피려한다.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너머 갈매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 김소월의 사랑의 감성이 묻어 있는 시입니다. 소월은 남성이지만 그의 시 내면에 풍겨나오는 우수와 여성적인 면은 어쩜 첫사랑의 아픈 경험과 기억을 잊지 못해서 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의 시는 황진이의 시조와 감성이 묘하게 교차됩니다. 우리의 첫사랑은 지금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라 믿고 행복을 빌어봅니다.

[시 100선] 2.진달래꽃 / 김소월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서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1902년에 태어나 1934년 우리 나이로 33세 짧은 생을 마감한 김소월 시인, 진달래꽃은 1922년 6월호 에 발표되었다가 1925년 발간된 시집 에 수록되었습니다. 21세경 지은 진달래꽃은 김소월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김소월은 19세에 등단하여 20대 중반까지 5~6년의 짧은 시간 동안 154편의 시를 남겼으며 특히 그는 우리민족의 한(恨)이 담긴 애한을 바탕에 둔 서정시의 천재입니다. 소월같이 절재된 시어와 언어에 담긴 함축을 덤덤한 시어로..

[시 100선] 1.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어쩌다 등단을 한 후 그동안 갈등한 부분은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였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가장 큰 이유에는 본디 축적된 내적 깊이가 얕아 금새 창작의 소재가 고갈되고 바닥이 난 탓이 큰 원인이겠지만 나를 알고 또 내가 쓰고 싶은 글의 방향을 찾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시」를 찾아서 고민하고 곱씹다보면 어쩌면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하여 연재해 볼 생각입니다. 이 시는 1922년 1월호 에 발표되었다가 1925년 발간된 시집 에 수록되었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시라는 것은 작가의 메시지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잠재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