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일요일 입원하여 어제 퇴원해서는 힘들지만 그래도 꿋꿋이 견디어 내고 웃음을 머금는 니가 참 예쁘구나
사람이 몸에 병이 생기면 성숙해진다고 하는데 14살 어린 소녀가 이제 숙녀가 되어가는가 보다
아빠의 요즘 일상을 이야기 해줄께
아침에 출근해서 하루 일을 시작하고 그날 정리할 것 꼭 해야 할 것을 커피 한 잔 마시며 계획하고 일해
그리고 시간 나는 대로 너와 관련된 책도 읽고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자료도 찾고 하지
최소한 지금 내 딸을 괴롭히는 녀석의 정체를 알아서는 귓방망이 날려줄 작전을 구상 중이란다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으니 그 녀석의 정체 파악이 가장 중요하겠지
이름과 거주지는 어딘지?
성격은 어떤지?
어느 곳을 자주 가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서워하는지?
아주 시시콜콜한 기타 등등까지도…….
누구 하나 아직까지 정답이 '이것이다'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자신과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의사가 힘을 합치면 꼭 물리칠 수 있는 놈이란 것을 알았어.
그래서 여러 가지 공격 계획을 세우고 있단다.
외국 사이트의 자료들 보다 보니 요즘 아빠의 영어 실력이 나날이 늘어 가고 있어요
예전에는 왜 영어를 공부하는지 몰랐는데 이제 쓸모가 좀 있구나. 아빠가 찾은 자료들이랑 시간 내어서 번역한 자료들은 간간히 림프종 카페에 올려서 다른 사람도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단다
사랑하는 딸 홍비야
이미 우리의 전쟁은 시작되었지만, 단지 이번의 전쟁에서 선봉장은 홍비일 뿐이야
그래도 홍비의 옆에는 홍비를 든든히 지원하고 같이 말달릴 우리편들이 많다는 것 알지
절대 좌절하지 말고 지금처럼 잘 싸워서 헤쳐 나가줘
곧 아빠가 대군을 이끌고 홍수와 같이 한방에 그 녀석들을 싹쓸이할 테니까
이제 5개월 남았다
이번 전투는 절대 외롭지 않고 가족의 사랑을 끈끈히 하는 전투가 될 거야
홍비의 승리를 기원하며 그리고 사랑해…….
2012년 9월 5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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