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오늘도 항암 받는다고 많이 힘들었지?
링거를 꽂고는 그래도 수업을 빠트리지 않으려고 강의 듣고 한 이야기 엄마에게 다 들었다
정말이지 대견하고 씩씩한 딸이구나
저녁에는 메스꺼움으로 구토를 5번이나 하고선 지쳐 잠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또 들었다
홍비야 !
힘내 또 한 번의 스케줄을 보냈으니 남은 것이 그만큼 적지 않니?
우리 다 나으면 또 뛰어 놀고 매년 그랬듯이 아빠 생일 맞춰 여름휴가 때 지리산에 올라가 대피소에서 가족들이랑 아빠 생일 맞이 하자. 내년에는 홍비가 꼭 아빠 생일밥 해줘야 해
홍비야 오늘은 이상(李箱) 이란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어
우리시대에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작가 중의 한사람이지
유명한 소설로는 날개란 작품이 있고 또 오감도(까마귀가 내려다보며 느낀 그림이란 뜻)란 시가 있단다
그기에 보면 13인의 아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
도로를 질주하는 13인의 아해(아이의 한자식 옛 표현)
제1의 아해부터 제13의 아해까지 모두 무섭다는 말을 하지
아마 시대가 일제시대라서 그렇지도 몰라 희망이 없고 시작은 막다른 골목길이고…….
그러나 그 시의 마지막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단다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다고
아마 이 말에서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우리 홍비도 더 이상 무서워하는 아해가 아니라 훌훌 털고 일어나서 사랑으로 가득 찬, 희망으로 가득 찬 그런 아해가 꼭 되리라고 믿는다
지금은 치료 받느라 앞길이 막다른 골목처럼 막혀서 보이지 않지만 자신을 믿고 나가봐
그럼 그 골목의 끝은 뚫린 길일거야. 햇살이 가득한 환한 대로로 나가는…….
홍비야!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항상 널 사랑해
우리 홍비 화이팅!
사랑한다는 말 자꾸만 자꾸만 하고 싶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2012년 9월 19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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