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지금쯤은 자리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부산한 머리를 정리하고 아침 먹을 시간이구나
어제는 그렇게 부산으로 가기 싫어하는 니 모습 속에 사실 아빠도 너무 너를 보내기가 싫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치료라는 홍비의 일상을 소화해야만 하잖니? 이해 해줘
며칠간의 추석 연휴와 개천절을 보내고 오늘도 이렇게 회사의 아빠 자리에 와서 너를 생각하며 글을 띄운다
연휴 며칠 동안 아빠가 조금 바빴다. 책도 거의 못 읽고…….
홍비처럼 아픈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심하다 조그마한 씨알 뿌리기를 하려고 한단다
사랑하는 딸 홍비야
치료받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빠는 그 고통의 100분의 1도 알지 못하지만 너의 고통을 가능하다면 내가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만은 거짓이 아니란다 그리고 너는 어느 누구보다도 잘 하고 있단다
그런 니가 대견하고 고맙다
내년 봄이 되면 꼭 완치되어 활발히 뛰어 노는 시크한 건강한 딸로 아빠 품에 돌아온다고 약속해줘
이성부시인의 '봄' 이란 시를 보면 봄이란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마저도 잃어버렸지만 때가 되면 먼 곳에서 반드시 온단다. 매년 때가 되면 우리 곁은 찾아와서 꽃을 피우고 따듯함을 주는 봄처럼 홍비도 꼭 그렇게 되길 바래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2012년 10월 4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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