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지금 뭐해! 보고 싶다(love letter 13)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2. 10. 5. 13:36

사랑하는 딸에게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서 보니 간밤에도 너랑 엄마 없이 혼자 잔 것이 기억 나구나 

 

홍비야 ! 지금 뭐해! 보고 싶다. 빨리 집에 돌아와

어제 저녁에 너랑 짧게 통화 했는데 여전히 너 목소리는 밝지 못하구나. 힘들고 병원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힘내서 진심으로 밝게 살려고 해라.

아빠는 요즘 사람 만나면 항상 밝게 웃는다. 그래야만 내가 건강하게 오래 니 곁에 있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아침에 출근하면서 본 창원의 풍경은 나뭇잎들이 하나씩 하나씩 붉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있구나

아마 낮에는 부끄러워서 그냥 있다 밤에 하나, 둘씩 친구들이 옷을 갈아입나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그랬는데 이젠 저녁에 잘 때 보일러를 켠단다

세월은 이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순환하면서 나아가고 있고 우리의 생에도 4계절이 있단다

아빠는 아마 한여름을 조금 지나고 있을 것이고 홍비나 오빠는 이른 초봄의 새싹일 것이야

 

홍비야

씨앗이 땅속에서 나와 연약하고 부드러운 잎을 틔우고 줄기를 뻗어 튼튼해 갈 때 까지는 물과 양분, 햇볕을 잘 받아야겠지만 비, 바람 또 예기치 못한 시련도 잘 견뎌야 한단다

너 유치원 다닐 때 생각나지. 강남콩 싹 말이야 !

집에 가져온 강남콩 줄기가 부러졌어 아빠는 버리려고 했지만 홍비가 부러진 줄기를 다시 붙여서 이어주고는 물도 주고 사랑으로 속삭여 주었잖니

그리고는 그 강남콩 줄기가 기적과 같이 붙어서는 나중에 다시 콩을 맺었잖니

이것이 바로 생명의 힘이야

 

홍비가 콩에게 속삭여 주었듯이 자신에게도 꼭 그렇게 속삭여 주길 바래

 

지금 아빠는 홍비가 너무 보고 싶네

힘내고 화이팅! 그리고 사랑해

 

 

2012년 10월 5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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