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길 것만 같았던 주말도 이제 다 가는 구나
삼촌집에 놀러 가고 싶다는 너 바래다 주고 니 방에 와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며칠 사이에 많이 힘들었지
아빠가 좋은 기(氣)로 너 치료 해준다며 명상에다 복식호흡 그리고 이미지 치료까지, 너 역시도 머리 속으로 자신의 면역세포들에게 몸 속에 있는 암세포들과 싸우라고 독려하고 또 위로 하느라 피곤할 거라 생각이 된다. 그래서인지 너 며칠 사이에 잘 때는 깊은 숨 쉬며 자더라. 아빠는 홍비가 명상할 때면 마치 사극에 나오는 전투를 보는 느낌이 들었단다. 예쁜 홍비지만 갑옷 입고 말을 타서는 창을 휘두르며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은 적이 점령한 성을 다시 되찾는 장면.
아빠가 그동안 읽은 여러 책에 의하면 우리의 면역세포들도 자신의 뇌와 교감을 한단다.
그래서 의지가 강하고 명확한 지시를 하면 그대로 따른단다. 그리고 스스로 약하지 않고 강인하다면 자신의 면역세포들도 주인을 닮아서 용맹해지는 법이지.
아빠는 홍비의 림프구, 백혈구, 호중구, NK 세포, 대식세포 등 이런 홍비의 병사들이 우리딸을 닮아서 다 용감한 1당 100의 전사들이라고 본다. 어쩌다 잠시 방심하여 니가 지키고 있던 성을 조금 내어 주었지만 이제 되찾을 수 있을거라고 아빠는 확신한다.
니가 처음 아파서 항암하기 전 니 몸 속에는 백혈구가 8000이 넘었잖니. 물론 몸 속에 백혈구가 많다는 것은 나쁜 병균이 있다는 증거지만 너 몸은 그것들을 없애기 위해서 많은 백혈구를 만들어서 싸운 것이라 아빠는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 3주 간격으로 치료를 하자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고는 니 몸이 다시 힘을 내어서 3주가 아닌 처음처럼 다시 2주 간격으로 치료를 하게 되었잖니?
"의사선생님도 부모님도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며 몸을 완치시키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라고 너가 아빠한테 얘기한 것 기억나지?
아빠도 매일 밤 청수 올리며 하느님에게 마음으로 고(告)하고 이제 이 우주(宇宙)가 네 편이란다.
하늘이 너의 그릇의 크기를 보고 더 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시련을 주었지만 그 시련은 스스로 이기고 서는 것이란다. 좋을 칼이 되기 위해서 불과 망치질을 견디어 내듯이…….
사랑하는 홍비야 !
다음번 명상에서는 아빠와 오빠가 직접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는 너와 함께 너 몸 속에 있는 암세포들과 싸울거야. 재미있고 큰 싸움이 되겠지. 그날은 아빠가 앞장설테니 아빠한테 뒤쳐지면 안돼~~
그리고 이번에 입원해서 치료할 때 꼭 면역세포들한테 '이제 항암하니까 너희들은 잠시 빛속으로 피해서 쉬고 있다가 약물이 지나가면 다시 나와' 하며 얘기해주렴.
사랑하는 홍비야
오늘밤 잘 자! 그리고 내 꿈 꿔!
사랑해 ~ 내 꿈 꿔!
2012년 11월 18일
사랑하는 아빠가
love letter -0048 오늘밤 잘 자 그리고 내 꿈 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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