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하늘이 온통 흐려서 비라도 뿌릴 것 같은 날씨로구나
아빠 회사 입구에 벗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아랫 부분에 잎새 몇개만 남고 앙상한 가지인 체로 있단다
며칠 전 부터 아빠는 그 나무를 보면서 1905년도에 오 헨리가 쓴 ‘마지막 잎새’라는 소설이 생각났단다
마지막 잎새에서는 남은 한 닢을 위해 화가가 벽에 푸르고 생생한 나뭇잎을 그리지만 아빠는 회사에 있는 나무의 색 바랜 나뭇잎을 모조리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단다
시간이 지나면 낙옆이 되어 다 떨어지고 그 자리에 푸르고 싱싱한 새잎이 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
사랑하는 홍비야
오늘 병원 간다고 아침 일찍 서둘러서 많이 힘들지
지금은 어디쯤 가 있니? 병원에 도착해서 피검사와 X-ray는 했을 것이고, 의사선생님의 진료는 마쳤니? 아님 송도해수욕장에서 파도랑 새들이랑 놀고 있니?
아빠는 홍비의 조그마한 생활과 움직임까지도 다 궁금하단다
회사에 있어도 딸이 넘 보고 싶고, 집에 가면 또 딸이랑 재미나게 놀고 싶고, 많은 얘기도 하고 싶은데 조금 놀다보면 "이제는 우리가 자야할 시간~ 내일 또 만나요~" 하니까 매일 매일이 아쉽구나
내년에는 아빠랑 텐트치고 별도 보고 노래도 부르고 삼겹살에 김치 올려서 맛있게 먹자구나
또 운동도 열심히 해서 호구 쓰고 아빠랑 겨루기도 하는 멋진 홍바가 되는거야
홍바가 집에 돌아올 때 쯤 되면 맛있는 땅콩이 도착해 있을 것이다
할머니, 엄마, 오빠, 홍윤이랑 삶아서 맛있게 먹고 아빠꺼는 조금만 남겨줘
아빠꺼 하나도 없으면 아빠 "훌쩍 훌쩍 삐짐~" 할 거야 ! ㅋㅋㅋ
예쁜 딸 ♡ 아빠가 사랑해 ~
2012년 11월 29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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