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아니 아니 아니되오(love letter 86)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2. 12. 27. 10:40

사랑하는 딸에게

 

오전에 엄마 연락을 통해서 CT 검사 결과를 들었다.  우선 추카 추카한다.

김양수교수님께서 CT에서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지금 CT에 보이는 것도 scar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scar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흔적, 흉터라는 뜻이란다. 그러니 이 말은 암세포가 CT에서는 보이지 않고 현재 나타난 것은 기존 암세포들이 죽은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란 말이겠지

 

그래도 홍비야 우리 마지막 까지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번에 검사한 장비는 CT이기 때문이란다

CT는 종양의 검출 가능 크기가 PET-CT에 비해 큰 놈만 가능하단다. 더 작은 녀석을 검출하는 PET-CT는 아직 실시하지 않았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이 정말 scar 조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포도당을 이용해서 암세포의 대사를 확인하는 PET-CT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란다

 

사랑하는 홍비야

예전에 아빠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시간은 출발 5분 후와 도착 5분 전이란다

이 말은 출발의 기쁨에 들떠서, 도착한다는 방심으로 사고가 난다는 것이겠지

그러니 목적지에 도착하는 그날까지 절대 방심하면 안된다

그러면 우리의 목적지와 도착시간은 어디이며 언제일까?

아빠가 120살까지 산다고 하였으니 그때인 2089년도까지 방심은 NO NO NO ㅋㅋㅋ

뭐 그 이후에는 아빠가 좀 자유롭게 해줄 수도 있을까? 없을까?

 

"아니 ~ 아니 ~ 아니되오 "

 

사랑하는♡ 홍비야  

어제 퇴근해서는 오빠에게 쓴 편지를 건네 주고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심각한 열전이 끝난 후 냉전 그리고 다시 대화의 장을 마련하였구나

오빠도 한 발 물러나고 아빠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서는 서로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단다

화해의 시작으로 두 부자가 침대에 사이 좋게 잠을 잤단다

아직은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인데도 한동안 오빠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아빠의 잘못도 크구나.

니가 퇴원하고 돌아오면 다시 다정한 부자의 모습을 보여 줄테니 기대해도 좋단다

 

기온이 많이 내려서 몹시 춥단다

자칫 움추려 있으면 몸의 대사가 좋지 못하기에 실내에서 가벼운 맨손 체조와 병원 복도라도 여러번 왔다갔다하며 운동도 하고 다리 근육도 기르기 바란다.

 

오늘은 지난 8월 이후 모처럼 환한 웃음이 얼굴에서 피어나는구나.

방긋 방긋 웃는 얼굴로 아빠 홍비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고 싶구나.

 

사랑해 내 딸 홍비

홍바 ! 사랑해 ~

 

 

2012년 12월 27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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