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병실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구나
오늘은 홍비의 엄마이자 아빠의 마눌탱인 김여사님의 생일
저번 크리스마스날은 양력 생일이고 오늘은 음력 생일이란다
"생일 축하해요"
아침에 편의점에서 즉석 미역국을 구해서는 그나마 생일을 축하하는 미역국이라도 챙겨서 먹었구나
그리고 이어서 조그마한 케이크와 촛불하나로 조촐한 생일 잔치를 벌여 봤지만 참 흥이 나지 않는 일이구나
겨울아이 노래가 예전에는 참 따뜻했는데 오늘은 슬프게만 들려온단다
다음 번에는 정말 재미있고 신나게 엄마 생일을 기념해주자
머리에 꼬깔 모자도 쓰고 폭죽도 터트리고 친척들도 모두 부르고 해서 잔치 분위기 만들어 보자
사랑하는 홍비야
지금 병실 침대에 누워서 항암치료를 받는 니 모습을 아빠는 보고 있구나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기도 하고 다른 생각으로 힘든 치료를 지혜롭게 대처하려는 너에게 그냥 마음 속으로 조용히 '힘내 사랑한다'란 말만 할 수 밖에 없구나
마른 입술 사이로 보이는 치아와 살포시 감은 눈이지만 그 안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단다
이런 니 모습을 지켜 보자니 마음이 아프고 눈도 뜨거워지지만 아빠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쳐다 본단다
누군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향해 그러는지도 모르겠지만 복수심과 증오가 이 가슴 한 가운데서 활활 타고 있구나.
아빠는 오늘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두 번 다시는 내 딸에게 이런 고통을 줄 수 없으며 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내 딸을 괴롭힌 암이란 그 녀석에게 처음부터 아빠의 용서나 자비는 없다고…….
사랑하는 홍비야 !
이제 오늘로써 치료도 마지막 2회만 남긴 상태이구나
지금까지 잘 버텨 왔으니 우리 끝까지 잘해서 꼭 완치라는 기쁜 소식을 듣자
밤에 아빠는 또 한 집안의 장손으로서 의무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단다
니가 잘 견디어 주니까 아빠가 집에 가서 아빠의 할아버지 제사도 모실 수 있구나
너에게는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맙단다
아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병원에 와서는 너랑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갈테니 오늘밤은 엄마랑 그렇게 둘이서 잘 자렴
Good night ! 홍비
사랑해 홍비야
2013년 1월 12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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