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국도를 타고 오늘은 조금 돌아서 집으로 왔구나
컨디션이 좋다면 바닷바람을 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조금 돌아가는 길을 잡았는데 이것 또한 아빠의 욕심이었다.
우리 가족 4명, 짧은 여행 끝내고 이제 함께 집으로 복귀하였으니 아빠는 기쁘구나
많이 피곤할테니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고는 "아 ! 즐거운 나의 집이다."하며 휴식 취하렴. 사실 아빠도 조금 피곤하단다
퇴원해서 거실에 앉아 편지를 쓰다 보니 같은 병실을 사용한 아주머니 두 분 참 인상도 좋고 기억에 많이 남는구나.
한 아주머니는 홍비를 참 좋아하고 빵도 주시고 또 다른 아주머니는 퇴원한다니까 손수 딸기까지 사와서 주시면서 "공주야 퇴원 잘해" 하고 인사도 하였잖니 ?
모두들 병원 생활로 몸도 힘들고 마음이 좁아지고 걱정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반대로 항상 웃음이 있고 오히려 마음의 여유도 아빠보다는 훨씬 많이 가지고 계시더구나
병원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잊지 말고 인사하도록 해라
그러고 보니 여태껏 같이 병실을 사용한 분들 모두 다 참 좋으신 분들이었구나
처음 입원해서 암에 대해 잘 모르고 걱정만 하고 있을 때 백혈구 수치 올리는데 좋다며 닭발 고은 것 가르쳐 주신 분, 이것 저것 암에 대해 좋은 것들 말해주신 분들, 어떤 음식은 금기로 먹지 말라고 하신 분, 또 딸과 엄마 함께 오신분들, 모두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기억에 남는구나
아빠도 처음에는 그런 분들에게 많이 배우고 이제 너 치료가 끝나가니까 아빠가 '믿거나 말거나'하는 정보들을 쏟아놓게 되는구나. 처음 만났던 분들 요즘은 보이지 않으시니 치료 다 마치시고 완치되어서 더 이상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가 궁금하구나
또한 병원에서 우리딸은 58병동의 공주였고 시크녀였잖니?
모두 다 성인들만 있는 병동에서 유일한 소녀였으니 만나는 환자분들도 그렇고 간호사들이나 의사들도 너 이름을 기억하고 오고 갈 때마다 항상 상냥히 맞이하고 인사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퇴원해서 집에 있으니 어떻니?
역시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은 바로 자기가 사는 집이지 않겠니?
참 길게만 느껴져서 언제 우리는 그런 날이 오지하며 고대했던 부산으로의 여행도 이제 마지막 1번만을 남겨두고 있구나.
오늘은 일찍 자고 그리고 조금씩 다시 건강 회복해서 이제 앞으로 행복하게 살자
아빠는 봄에 엄마와 홍비랑 온천 여행 갈 계획을 이제부터 작성해야겠다
고생 많았고 이제 남은 마지막 여행을 위해 오늘부터 또 건강하게 씩씩하게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보자
사랑해 홍비~
2013년 1월 30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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