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지난 밤부터 내린 비에 아직도 하늘이 어둡고 바람마저 불어서 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이 춤을 추고 있구나
오늘부터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는 날이구나
오빠는 아빠보다도 더 일찍 일어나서 등교할 준비를 부산히 하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 일을 척척하는 오빠의 대견스러움도 보이지만 동시에 아직도 침대에서 곤히 잠을 자는 너와 엄마의 모습을 한참 바라 보았단다
1년 전만 하여도 오늘 아침과 같은 날은 전쟁터였는데…….
우리 4명, 서로 먼저 거울보고 화장실 사용하려고 목소리 높이고 결국 엄마의 고함과 잔소리에 정리되곤 했지? 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지
사랑하는 홍비야 !
우리 너무 슬프하지 말자
어차피 처음 계획하고 말했듯이 네가 다니던 학교로의 방학만 길어질 뿐이고, 이제 조만간 너 이름 석자가 새겨진 예쁜 교복에 가방 메고 등교할 날이 머지 않았잖니?
그 날도 금새 다가 온단다
그러니까 다시 학교에 복귀했을 때는 정말 재미나게 친구들과 학교 생활하고 추억을 쌓으면 된단다
너는 이번에 치료 다 받고 완치되면 무엇을 가장 먼저하고 싶니?
아빠는 한동안 걱정이 태산이란다.
네가 그 동안 친구들과 많이 만나지 못해서 학교 등교하고 주말이면 시내에 놀러 다닐 것이 분명한 사실인데 이것을 말릴 수도 없고 권장하지도 못하고, 매번 너랑 논리 다툼하다가 지든지 아니면 이기더라도 너의 주 특기인 큰 눈에 소리없이 흘리는 눈물 한방울에 또 항복을 하게 될 일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빠와 딸 사이에 남은 전투의 결과는 아빠의 백전백패 !
그래, 이제 다 나아서 건강하게 다투고 즐겁게 웃을 일만 우리에게 있을테니 너는 무엇보다도 이번에 완치만 하면 된단다.
아빠에게서도 너의 완치가 가장 중요하며 유일한 임무란다
그럼 홍비의 미션은 완수 ㅋㅋㅋ
아빠의 홍비 감시 미션 시작 ㅋㅋㅋ
지금 조금 비 내리고, 바람 불어도, 오빠가 혼자 등교를 해도 너무 슬퍼하지마.
이런 날씨는 또 그 나름대로 분위기와 멋이 있는 법이란다
음악도 조금 들으면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 한껏 분위기 있는 여인이 될 수도 있단다
어여쁜 내 딸 홍비야 !
사랑해~, 사랑해~ 홍바
2013년 2월 1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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