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제께구요 ♪♪♪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설'은 음력 1월 1일로 묵은 해를 떨쳐버리고 새로 맞이하는 한 해의 첫머리라는 의미이며 '설날'은 새해의 첫 날을 뜻한단다
이 '설'이라는 말은 '설다', '낯설다' 등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왔다고 하기에 새해에 대한 낯설음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
설날이 되면 어떤 행사를 할까? 도시화된 우리들의 생활로 지금은 사라진 풍속도 있고 아직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는 설 풍속도 있을 것이란다
그럼 아빠가 아는 범위 내에서 아빠 어릴 때의 설 이야기를 해주마
하나, 야광귀를 아시나요
야광귀는 정월 초하루 밤에 사람이 사는 집에 몰래 내려와 신발을 훔쳐가는 귀신이란다. 야광귀는 여러 신발을 신어보고 자기 발에 꼭 맞는 것을 신고 달아나 버린단다. 이렇게 귀신에게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은 일년동안 불길하다고 생각하였기에 야광귀에게 신발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신발을 감추어 두고 잠을 잤단다.
그리고 벽에 체를 걸어두면 호기심 많은 야광귀가 체에 뚫린 구멍을 세다가 새벽닭이 울면 신발 훔쳐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서둘러 달아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벽에다가 체를 걸어 놓고 잠이 들었단다.
둘, 복조리 사세요
설이 다가 올 때나 설날 아침에는 꼭 조리 장사가 "복조리 사세요" 하며 외친단다
조리란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을 때 쌀과 돌을 구별해내는 주방용 기구란다
사실 아빠가 어릴 때는 "복조리 사세요"하는 것 보다 담 너머로 복조리를 던져 놓았다가 다음 날 집집마다 조리장수가 돈을 받으러 오면 모두들 복을 싣는 복조리라 믿었기에 그냥 복조리 값을 셈해주곤 하였단다
셋, 윷놀이 하기
나무를 반으로 잘라서 말판을 만들고 도, 개, 걸, 윷, 모하는 윷놀이는 홍비도 잘 알것이고 설날에 하는 대표적인 놀이란다
넷, 차례 지내고 이집 저집 세배하러 다니기
아침에 깨끗한 설빔으로 갈아 입고는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고 차례를 지낸단다. 차례를 지내고 나서는 성묘도 다녀오고 또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하러 다니곤 했단다
다섯, 목욕하기
이것이 가장 생소할지도 모르겠구나
예전에는 지금처럼 난방 시설이 좋지 못하고 시골에서 따뜻한 목욕물을 데운다는 것은 특별한 행사가 있어야만 하는 일이기에 설이나 추석 명절 앞에 목욕탕에 간다는 것은 또 다른 행사였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외갓집에서 자고 오는 것은 안된다고 아빠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서 미안하구나
네가 좋아하는 이모도 오고 이종사촌 동생들도 와서 함께 놀고 싶은 마음 누구보다 잘 알지만 아직은 우리가 건강에 자신을 하거나 방심을 할 시기는 아니란다.
그렇기에 준비되지 않은 일정은 아빠의 입장에서 허락할 수 없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아빠는 무엇보다도 네가 어디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할지 그 생각 밖에는 없으며 그 외에는 한눈 팔 여력도 없구나.
이번에 마지막 치료 끝나면 너는 다시 건강해질 것이 분명하니 그때는 아빠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란다. 홍바의 완전한 자유의 획득을 위해서라도 며칠 남지 않은 불편은 참아주렴.
내 딸아 !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해지거라.
아빠, 많이 많이 사랑한단다.
사랑해~ 홍비~
2013년 2월 10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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