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오늘이 너를 병원에 두고 혼자서만 돌아오는 마지막 귀가란다(love letter 133)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2. 12. 22:13

사랑하는 딸에게

 

병원으로 가기 몇시간 전부터 창원을 벗어날 때까지 하늘에서 하얀 눈을 뿌려 주었구나

자동차 앞 유리창을 향해 내리는 눈송이가 참 예뼜는데……. 

 

아빠는 방금 전 집에 도착해서는 오빠 공부하는 것도 보고 저녁도 챙겨 먹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쯤은 홍비도 깨끗이 씻고 병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겠구나

설날의 끝이라서 병실은 빈 침대 하나 없이 꽉 차버렸고 여느 때 같았으면 아빠가 아침 일찍 병원을 나오는 것인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너와 함께 가는 길에서 들었든 '눈물이 많아서'란 노래를 아빠는 혼자서 듣고 왔단다. 노래 가사가 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반복하여 들었더니 어느새 집에 도착을 하였구나

 

난 마음이 약해요 외로움도 많아 / 가끔 혼자서 울기도 해요

………

난 가시가 많아요 그래서 상처가 많아 / 이런 날 안아 줄 수 있나요

………

 

아빠라는 사람은 이제까지 암이란 녀석을 너무 몰라서 그리고 무서워서, 마음이 약하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홍바에게 엄격한 생활을 하게하고 가족들에게도 많은 상처를 주었구나.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또래들과 치료 받게 해 주어야 했었는데 그러지도 못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

이번 치료가 이제 마지막 항암치료라는 것 너도 잘 알지?

아빠 역시 오늘이 너를 병원에 두고 혼자서만 돌아오는 마지막 귀가란다.

우리 가족 갈 때도 함께 하였으면 돌아올 때도 이제는 예외없이 꼭 함께 해야 한다.

오늘밤은 엄마 곁에서 편안히 잘 자고 돌아오는 날에는 아빠가 오빠랑 함께 병원으로 갈게.

 

마지막 치료 끝까지 잘 받고 아빠가 많이 사랑해 ~

사랑해~ 홍비

 

 

2012년 2월 12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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