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간 밤에 잠은 잘 잤니? 어디 불편한 곳은 없니 ?
어제 저녁 카톡으로 잠시 이야기하고는 이제서야 아빠가 너 안부를 묻는다
아침에 출근해서 몇 몇 사원들이 쵸콜릿 과자를 주길래 뭐냐고 했더니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라고 하는구나
발렌타인데이 다음 날인 2월 15일이 소아암의 날이기에 외우고 있었는데 오늘이 포커스가 아니다 보니 별 생각 없었는데 네가 집에 있었다면 아빠에게 챙겨 주었겠지
사랑하는 홍비야 !
이번에 치료 끝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니?
아빠는 너랑 하고 싶은 것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도저히 결정을 할 수 없구나
함께 운동도 하고 싶고, 지리산도 가고 싶고, 맛있는 것 먹기를 테마로 하는 여행, 밤 새워 놀기, 불량식품 마음껏 먹기, 텐트치고 야영하며 별보기, 온천에 몸 담그고 시원하다 외치기, 좋은 산사 찾아가서 차 한잔 마시기, 내 친구들 한테 자랑하기 등등, 정말 대학 노트 한 권을 준다고 해도 채울 수 있을 것 같구나
내일은 참 이벤트가 많은 날이구나
세계 소아암의 날!, 오빠의 졸업식!, 너가 퇴원하는 날 !
졸업식하면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로 시작되는 작별이란 노래가 생각나는구나
너도 내일은 58병동과는 작별을 하는 날이겠지.
짐 챙기고 나올 때 마음 속으로도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이 공간에서 치료 받고 이제 건강해져서 퇴원하니 다시는 만나지 못할거야.'하며 영원한 작별 인사를 하렴
사랑하는 홍비야 !
오늘밤이 이제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서 자는 마지막 밤이 되기를 아빠가 기도할게.
그리고 오빠 졸업식에 갔다가 함께 너 있는 곳으로 달려가마.
사랑해~ 내 딸 홍비
잘 자, 홍비야~
2013년 2월 14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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