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지난밤에는 잘 잤니?
항상 입원하는 첫 날은 환경이 바뀌어서 밤에 이리 저리 뒤척였을 텐데…….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단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아빠는 지금까지 이 말을 잘 이해하지도 못했고 대응하는 것에도 많이 서툴렀단다.
왜 급하고 바쁜데 돌아가야 하는지 ? 실제로 현실에 부딪혔을 때는 서둘러서 일을 하는 것이 유능하다고 믿고 있었단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것이 지금의 우리 상황에 어울리는 말인 것 같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
이제 오늘 아니면 내일을 예정으로 마지막 항암 치료를 앞두고 있구나
6 Cycled의 ABVD, 횟수로는 총 12회, 7개월의 긴 시간을 보냈구나
현대 의학에서 질병이 발견되면 병을 발생시키는 원인이나 병원균을 찾으려고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한단다
그렇지만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병의 원인이나 세균들은 항상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고 그러한 환경에서도 누구는 병에 걸리고 또 누구는 그렇지 않단다.
그러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만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아빠는 생각이 든다
어떤 명제에서는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있단다
이 말이 무엇이냐 하면은 먼저 환경적으로 병의 원인이 될만한 것들을 차단시킨다면 건강한 삶의 필요조건을 만족할 것이고 또한, 내 몸이 가지고 있는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그 기능을 회복하여 병으로부터 대항력을 키운다면 건강한 삶의 충분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란다
이 두가지 조건이 만족될 때 우리 건강의 필요충분조건이 참인 명제가 된단다
(명제에 대해서는 고등학교에 가면 수학시간에 배우게 될 것이고 그래도 궁금하다면 오빠에게 물어봐 ㅋㅋㅋ)
사랑하는 홍비야 !
마지막 치료 잘 받고 병이 소멸되었다는 판정도 꼭 받자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동안 급하고 바쁘게 살았던 우리 생활도 뒤돌아 보고 또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 건강한 삶인지도 서로 연구하고 이야기하며 실천하자구나
홍바가 다시 건강해지는 날 아빠는 덩실덩실 춤을 출 것이란다
홍바가 다시 건강해지는 날 아빠는 소리내어 웃을 것이란다
홍바가 다시 건강해지는 날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것이란다
홍바가 다시 건강해지는 날 아빠는 너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낼 것이란다
그리고 홍바가 다시 건강해지는 날 아빠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란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건강하다"며 매일 외치면 진짜 건강해지고,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매일 외치다 보면 어느새 사랑이 내 몸 안에 들어와 자리를 잡아 버린단다
건강해져라. 내 딸,
사랑해 홍비
2013년 2월 13일
사랑하는 아빠가
'독백 > 홍바라기의 love letter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래 졸업식은 눈물이 있는 날이란다(love letter 136) (0) | 2013.02.15 |
---|---|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라고 하는구나(love letter 135) (0) | 2013.02.14 |
오늘이 너를 병원에 두고 혼자서만 돌아오는 마지막 귀가란다(love letter 133) (0) | 2013.02.12 |
윤동주와 장준하 그리고 문익환 세 친구 이야기(love letter 132) (0) | 2013.02.11 |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love letter 131) (0) | 2013.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