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간밤에 잠을 잘 잤니?
평소에도 교훈적인 말만 많이 하다가 이제부터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니까 조금은 부담이 되는구나.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빠와 엄마의 첫 만남 순간이 떠올라서 그 이야기 해주마
때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93년 가을이었단다
그때 아빠는 대학교 가을 페스티발이란 것을 창원에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했단다
보통 대학교 페스티발은 여자친구를 동행하여 같이 오는 곳인데 평소에도 운동만 좋아하고 여자에게 인기가 별로 없었던 아빠는 이날도 혼자 왔단다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기분도 그래서 술이라도 깰 요량으로 근처 공원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단다
그 공원은 지금 창원병원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이란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과 햇살을 맞고 있는데 저 멀리서 웬 여자가 공원을 가로 질러 아빠 쪽으로 오는 것이 아니었니?
그때 아빠 기억으로는 네 엄마는 흰 브라우스를 입고 있었고 햇살이 뒤에서 비쳐서 아빠 눈이 부실 정도로 예뼈 보였단다
마음 속으로 '어쩌지, 어쩌지'하다가 용기를 내어서 아빠가 일어서서는 이렇게 말했단다
"저기요 !"
엄마는 '뭥미'하는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봤지만 그래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하는 심정으로 엄마에게 페스티발에 파트너 없이 혼자 왔고 함께 가주면 고맙겠다고 부탁을 했단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무대포 정신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구나
엄마는 한참 망설이다가 잠시 함께 간다는 약속을 하고는 아빠랑 페스티발이 열리는 곳으로 함께 갔단다
그렇게 저렇게 당일 행사를 마치고 아빠는 엄마를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하고는 엄마 손바닥에 아빠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버스가 떠날 때까지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단다
나중에 엄마가 이런 말을 해줬단다
" 그때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다" 고 …….
사랑하는 홍비야 !
엄마와 아빠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
아마 엄마는 그때 순간을 타임머신이 있어서 다시 간다면 반드시 돌아간다고 했겠지 ㅋㅋㅋ
드라마 같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아빠가 지금껏 살면서 너무 엄마 고생을 많이 시켜서 미안하구나
그럼 오늘 이야기에서 교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길에서 만난 남자를 조심해라'란다
한 순간, 남자의 박력에 반해버리면 평생 고생할 수도 있으니 홍바는 반드시 주의하고 조심해서 명심하도록 해라
내일은 좌충우돌 신혼 때의 에피소드를 말해 줄게
사랑하는 홍비야 !
다시 건강해지고 그렇게 재미있게 살자
아빠, 엄마랑 20년 전의 기억을 회상하니 그때가 그립구나
저녁에는 엄마랑 데이트할 것이니 9시부터는 이제 네 엄마가 아니라 내 여자로 접수한다
화이팅 !, 건강해~
사랑해 홍비~
2013년 2월 18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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