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엄마와 아빠의 신혼 생활(love letter 140)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2. 19. 12:03

사랑하는 딸에게

 

어제는 엄마와 옆 아파트 상가에서 치킨에 맥주로 데이트를 했단다

결혼 이후 함께 살아 온 이야기와 각 자의 개인 생각들로 시작해서는 삼국시대부터 근대로 내려오는 한(恨)의 역사, 고전과 문학, 시(詩)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아빠는 엄마에게 권장하고 싶은 작가의 책으로 생텍쥐페리, 알퐁스 도데, 헤르만 헤세, 윤동주의 시 그리고 이어령 교수를 추천하였고 동양의 장자와 서양의 이솝우화를 대비하여 읽어 봐도 재미 있고 이슬람 문학의 대표작인 아라비안 나이트와 신들의 이야기인 그리스 신화도 추천하였단다

 

엄마는 아빠에게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 귀를 이야기해주었단다.

 

좀 로맨틱한 장면으로 흐르다가 마지막에 엄마가 아빠에게 펀치 한방을 날렸단다

" 내 남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좋지 않다 "

아빠는 ㅠ ㅠ

   

너는 엄마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오빠랑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니 ?

혹 게임 이야기만 하고 오빠랑 레슬링하며 장난 친 것은 아니지 ?

다음부터는 엄마, 아빠가 외출하여도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도록 하거라

 

사랑하는 홍비야 !

어제 약속한 것처럼 오늘은 엄마와 아빠의 신혼 생활을 말해주마

아빠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는 그 해 가을에 결혼을 했단다

프로포즈는 아빠가 당근 먼저 했지

프로포즈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지? 궁금하면 500원 ㅋㅋㅋ

 

우리의 시작은 조그마한 방한칸이 딸린 집에 전세와 월세를 내는 넉넉하지 못한 시작이였지만 그때는 누구보다 행복했단다.

지금 위치로는 경남도청 근처에서 신혼 생활을 했는데 여름에 덥고 겨울에는 무지 추웠단다

조그마한 방에 친구들이 집들이 할 때는 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집 앞 도로에 자리를 펴고 밥을 먹기도 했단다. 그리고 지금은 엄마의 음식 솜씨가 아주 아주 좋아진 것이지만 사실 그때의 음식은 그야말로 비참한 정도를 넘어서 주인집 개에게 주었더니 고개를 돌리는 수준이었지(이 이야기는 엄마가 하지말라고 당부한 것인데 ……. ㅋㅋㅋ) 

 

주말에 밥을 먹으려면 2~3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란다 

왜 그랬을까?

보통 국과 반찬을 준비하면 동시에 하는 법인데 엄마는 살림이 처음이라서 국이 다 끓고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다음 음식 준비를 한단다.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지 않겠니?

청소 역시 지금은 청소 박사이지만 그때는 딱 눈에 보이는 곳 만하고 아빠가 구석진 부분에 청소를 하면 신기해 하였단다

초보 부부의 신혼생활 상상이 되니?   

 

사랑하는 홍비야 !

오늘도 즐겁게 생활하고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가면 글로 쓰지 못한 리얼 이야기 더해주마

 

사랑해 홍비~

 

 

2013년 2월 19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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