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어제는 아빠의 외사촌들 모임에 갔다가 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단다
다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산다고 공식적인 모임 한번 없이 지내다가 첫 모임인데 50명이 조금 넘는 친척들이 모였단다.
10년, 20년 만에 보는 친척도 있고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의 꼬맹이 이미지만 남아 있는 조카들이 어느새 청년이 되고 숙녀가 되어 있었구나.
시간의 흐름이 이토록 무상할까 하다가도 어엿하게 자란 조카들을 보니 대견하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
오늘이 무슨 날일까 ?
오늘은 바로 오곡밥을 먹는 정월 대보름이자 동안거 해제일이란다. 음력으로 1월 15일이지
아빠가 어렷을 때는 이 집, 저 집 다니며 하루에 아홉번 밥을 먹었고 또 저녁에 달이 떠오를 때 즈음에 달집 태우기란 행사를 했단다. 달집은 대나무와 소나무를 이용해서 만드는 데 달집 사이에 종이로 각자 소원을 적어 놓았다가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면 소원과 함께 달집을 태운단다
또한 오늘은 일전 편지에서 알려 주었던 스님들의 동안거가 끝나는 해제일이기도 하구나
우리도 비록 달집 태우기 행사에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떠오르는 둥근 달을 보면서 마음 속에 있는 소원 한가지 빌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
네 방 창문을 열어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보니 시원하구나
며칠 전까지도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옷깃을 단단히 매었는데 이 녀석이 시원한 바람으로 변했단다
곧 아파트 화단에 있는 목련이 그 봉우리를 틔워서 하얀 목련을 피우겠지
하얀 목련 소식을 시작으로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차례로 피어 오르고 땅에서는 여러 식물들이 푸릇푸릇한 싹을 틔울 것이란다
그리고 여기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집 앞 공원에도 사람들이 부쩍부쩍거리는 풍경으로 바뀌겠지?
우리도 곧 얇은 옷으로 갈아 입고 따뜻한 봄 햇살 아래서 자전거도 타고 시원한 바람도 쐬자
오는 주말에는 네 방 꾸미는 것도 완성시키고 홍바 자전거도 깨끗이 씻고 바퀴에 바람도 넣어 놓아야겠다
봄이 오면 많이 놀러 다니자
홍바~ 사랑해
2013년 2월 24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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