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날씨가 많이 흐리고 오후부터는 금새 비라도 내릴 기세이구나
그래 요즘 추진하고 있는 '홍바방 꾸미기' 프로젝트는 잘 되어 가고 있니?
아빠가 주말에 도와주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해 조금 차질이 생기는 것 같구나
빨리 침대도 새로 넣고 물건들도 정리해서 예쁜 공주방 구경 했으면 좋겠다
너 방에 아빠도 초청해서 하루쯤은 재워 줘야 한다 그리고 방 다 꾸며지면 방들이 초대하는 것 잊지 말고…….
만약 거절한다면 아빠가 너 방문 앞에서 머리띠 메고 1인 시위할테니까 각오해
받고 싶은 선물은 미리 문자로 날려줘 ㅋㅋㅋ
사랑하는 홍비야 !
요즘 기분은 어떻고 또 불편한 것은 무엇이니 ?
지금은 많은 것들을 하고 싶을 것이나 금새 예전처럼 생활하는 것은 무리니까 조금씩 조금씩 한걸음 천천히 앞을 나가자. 그러다 보면 빠른 걸음도 걷게 되고 또 달려나갈 수도 있지 않겠니 ?
이제 1달 정도 남은 PET-CT 날이 왜 이리 더디게 오는지 모르겠구나
너 역시도 그런 감정이 아빠보다도 더하겠지
원래 기다림이란 것은 지루하고 초조한 법이란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마저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있단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어느 커피숍에 앉아 기다린다고 생각해보자
약속 시간까지는 1시간 이상이 남았어 ?
'왜 안 오지?, '빨리 오면 안될까?' 하며 시계만 자꾸 쳐다 보면 무척 지루할거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상상력과 기대라는 사고의 영역이 있단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올까?',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하지?', '커피숍을 들어 올 때 손을 흔들까 아님 고개 숙여 인사할까?' 이런 소소한 생각들을 하다 보면 그 시간이 아주 빨리 지나간단다
그리고 가끔은 가방에서 좋아하는 책 한 권을 넣어 다니다 읽기라도 하면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짧아서 원망할 때도 있단다
이쯤 되면 똑똑한 우리 딸은 아빠가 무슨 잔소리를 하려고 하는지 잘 알 것이다.
오빠 같으면 "저한테 책을 읽어라는 얘기에요" 하겠지 ㅋㅋㅋ
그래 우리 기다리는 1달을 알차게 보내자.
이것은 홍비에게 해당되는 것만 아니라 아빠와 엄마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란다.
홍비는 우선 '홍바방 꾸미기' 프로젝트가 있을 것이고 PET-CT결과 후 외국여행 가기로 했으니까 현지에서 쓸 영어 공부도 좀 열심히 해야겠구나. 또 재미나게 놀려면 체력은 기본이니까 체력 쌓기도 열심히 해야겠지
그러다 보면 "1달은 너무 너무 짧아요" 라며 투덜이 스머프가 될 수도 있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요즘 엄마가 많이 우울해 하는구나
지난 밤에도 아빠랑 이야기하고 그랬지만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아빠의 말도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ㅠ ㅠ
치료받는 동안에는 나아진다는 희망과 답답한 병실 공간이지만 환자들과 대화도 하며 지냈는데 이제 퇴원하고 나니 오히려 걱정이 더 되고, 뭘 해야 할지도 망설여지고, 또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필요하고, 모든 걱정과 의무감의 무게가 엄마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고 한단다
아빠는 엄마에게 그런 것들은 염려하지 말고 남편한테 던져 줘라 해도 엄마 성격상 그러지 못하고 그런 믿음성을 주지 못한 아빠가 참 미안하단다
그래서 우선 아빠가 홍비에게 도움 요청을 할 것이 있단다
우울하고 의욕이 없을 때는 운동으로 에너지를 키우면 효과가 좋은 것 너도 알 것이란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말이 있듯이 체력이 강해지면 정신력도 강해진단다
그러니 너 운동할 때 엄마랑 함께 하고 가능하다면 산도 조금 긴 코스를 선택해서 다녀오고 운동하면서 엄마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고 하면 엄마가 한결 힘을 얻을 것이란다.
홍비에게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잖니
마음치료사 홍바, 알았지 ! 엄마를 부탁해 !
사랑하는 홍비야 !
우리 PET-CT 검사일까지 알차게 생활하기 약속한 것이란다.
그리고 결과는 이미 알고 있지.
"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아빠는 이 세상에 홍비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단다.
아빠는 너 곁에 오래 오래 살아서 함께 할 것이니까 귀찮아하면 아니~아니~ 아니되오.
사랑해~ 귀요미 홍바~
2013년 2월 26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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