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어제 퇴근해서 무척이나 밝아진 네 모습이 너무 기뼜는데 그 이유가 따로 있었구나
다섯 친구들의 갑작스러운 방문 !
지수, 원희, 슬, 소희, 서연, 이 다섯 친구가 약속도 없이 집으로 찾아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서 …….
너도 친구들과 첫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심했지만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루어졌으니 다시 시작함에 대한 고민 한가지는 사라졌구나.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색해지는 법이니까 가끔 만나서 웃고 놀기도 하렴
네 친구들의 방문으로 네 방의 벽이 폭격현장처럼 변했지만 아빠는 벽에 써놓은 낙서들이 예술작품처럼 느껴져서 예정된 도배를 취소하고 싶을 지경이란다. 그래서 아빠가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보관해 놓았단다.
친구들에게 아빠가 좋은 작품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전해주렴
오늘 편지의 배경화면은 벽화를 사용해 봐야겠다
사랑하는 홍비야 !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아빠가 여러 번 편지에서 남겼기에 오늘은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좋은 시 한편 소개하는 것으로 하마
이런 친구 너였으면 좋겠다
- 이해인 -
친구와 나란히 함께 누워 잠잘 때면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누고 싶어
불끄기를 싫어하는 너였으면 좋겠다.
얼굴이 좀 예쁘지는 않아도
키가 남들만큼 크지는 않아도
꽃내음을 좋아하며 늘 하늘에 닿고 싶어하는
꿈을 간직한 너였으면 좋겠다.
비오는 날엔 누군가를 위해
작은 우산을 마련해주고 싶어하고
물결위에 무수히 반짝이는 햇살처럼
푸르른 웃음을 아낄 줄 모르는 너였으면 좋겠다.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애써 마음을 정리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편안한 친구의 모습으로
따뜻한 가슴을 가진 너였으면 좋겠다.
한 잔의 커피향으로 풀릴 것 같지 않은
외로운 가슴으로 보고프다고 바람결에 전하면
사랑을 한아름 안아들고
반갑게 찾아주는 너였으면 좋겠다.
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구슬이나 인형처럼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온통 사랑스런 나의 너였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홍비야 !
아빠가 소개해 준 시 어떻니?
그리고 아빠도 홍바의 아빠이면서 친구란다. 친구 목록에서 빼면 아빠는 삐질거야 ㅋㅋㅋ
참, 아빠랑 약속한 귀요미 송~♪ 불러주기로 한 것도 잊지 않았겠지?
아빠 심장에 시한장치로 약속하며 묻어 놓았으니 조만간 너무 늦지 않게 네가 꼭 해체해 줘야 한다.
오늘도 친구들과 만난다고 하니 재미있게 놀아라
사랑해~ 홍비
2013년 2월 28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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