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3일의 연휴가 다 지나가는구나
막상 연휴 첫날에는 이것 저것 너랑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이틀을 늦잠 자다 보니 계획이 다 틀어져 버렸단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면 아침을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해놓고선 아빠가 지키지 못하는 말이었구나.
그래도 오랫만에 안방 구석 구석을 쓸고 가구도 재배치하고 닦아서 상쾌한 공기도 돌고 기분도 함께 좋아졌단다.
어떻니? 안방을 심플하게 정리하고 나니까 좌탁을 넣고도 방이 예전보다 훨씬 넓어져 여러모로 쓸모가 많구나. 아빠는 간간히 책을 볼 수 있는 탁자가 있어서 좋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오늘, 방 정리하면서 느낀 점을 아빠가 말해줄게.
아깝다고 소용없는 물건을 계속 잡고 있다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있단다.
그때는 우선 그 물건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도 좋을 듯 싶구나.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오늘 아빠가 버린 물건들도 처음 그것들을 샀을 때는 꼭 필요한 물건이란다.
그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서 낡아지기도 하고 또 아빠의 생활방식이 바뀌어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구나.
이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도 같은 이치로 적용될 수 있단다.
한 때는 자신이 어떤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에는 필요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야 할 때도 있단다.
영원할 것 같았던 영광의 순간도 어느새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단다.
문화가 변하고, 가치관이 바뀌고 기술이 진보됨에 따라서 필요와 우선 가치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단다.
때론 정의의 기준마저도 상대적일 때가 있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우리에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단다
우리는 그것을 진리라고 부르며 그 진리를 말하신 분들을 성현이라고 한단다
아빠는 그 진리가 바로 사랑이라고 믿는단다.
'사랑' 이야말로 어느 사상, 이념, 인종과 국경을 넘어서 그리고 사물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이 우주의 보편적 절대진리이자 가치이고 궁극의 목표인 것 같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
아빠를 제외한 우리 가족 모두가 지금은 잠자리에 든 시간이구나.
잠시 네가 자는 모습을 쳐다 본단다.
그 모습이 참 예쁘고 한없이 사랑스럽구나.
오늘도 다른 어떤 말보다도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구나.
고운 꿈 꾸고 잘 자거라.
홍비야 ! 사랑해~
2013년 3월 3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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