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비기 내릴 줄 알았는데 하늘이 조금씩 개이고 멀리서 보이는 산 정상은 흰구름이 걸려 있어 마치 모자를 쓴 것처럼 예쁘구나
방금 문자로 열차를 타고 이모집으로 간다는 네 연락을 받았단다.
처음 타보는 기차 여행 어떻니?
KTX 열차라면 덜컹거림은 덜하지만 조금 좁아서 불편할 것이고 마침 새마을호 탔다고 하니까 속도도 괜찮고 자석도 비좁지 않겠구나.
아빠는 예전에 고등학교 시절 비둘기호 타고 하동 사는 친구인 원혁 아저씨 집에 놀러 간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단다.
비둘기호는 간이역마다 서는 느린 열차이지만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도 한가로이 볼 수도 있고 역마다 서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장이 서는 곳으로 장사 가는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이제 다가오는 2학기에는 친구들이 기다리는 학교로 돌아가야겠지
그동안만이라도 가보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들 많이 하도록 하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날에는 또 열심히 공부하고 학생으로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지는 않을 것이란다.
오늘 기차 여행하면서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 하나하나 아름답게 눈여겨 보도록 하거라
아빠는 홍비가 지나칠 역 들을 눈을 감고 하나 하나씩 그려본단다
창원역에서 출발하면 조금 후에 진영역에 도착할 것이란다
진영역은 예전에 역을 낀 시장으로 유명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을 가기 위해 내리는 역으로도 유명하단다
다음에 만나는 역은 삼랑진역으로 이름이 예쁘구나
삼량진역을 빠져나와 밀양역까지는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볼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아직도 강변에는 찬바람이 불기에 봄이 오기에는 이르지만 그래도 나뭇가지들이 푸릇푸릇 변해 있을 것이고 논과 밭도 이제 농사지을 준비를 하겠구나
낙동강변 사이사이에는 간간히 철새들도 날아 다닐테고 …….
그렇게 터널 몇 개를 지나고 낮은 야산의 감나무와 배나무 밭들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열차는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를 지나 경산 그리고 열차에서는 안내 방송이 나오겠지
" 잠시 후 우리 열차는 동대구에 도착합니다. 서울로 가실 KTX를 갈아 타실 승객 여러분은 여기 동대구 역에서 내려 다음 열차를 기다려 주세요 " ㅋㅋㅋ
동대구를 지나면 대구역, 그 다음은 이모가 사는 구미역이구나
몸은 너와 함께 있지 않지만 마음은 항상 홍바 곁에서 기차타고 함께 가니까 명심하렴.
내려올 때도 기차타고 내려온다면 청도의 야경이 아름다울 것이란다.
집에 돌아오면 아빠한테 오늘 즐거운 여행 이야기 재잘재잘해줘
참, 그리고 우리사이의 거래를 잊지는 않았겠지?
이것은 비밀 거래니까 이 정도하면 너는 잘 알 것이란다.
엄마랑 외할머니랑 즐겁게 여행 잘 다녀오고 동생들도 만나 보렴
그럼 저녁에 다시 만나자
사랑해 ~ 홍비 ♡
2013년 3월 18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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