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예전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왜 행복한지 몰랐는데(love letter 171)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3. 22. 08:11

사랑하는 딸에게

 

안녕, 잘 잤니 ?

'미녀는 잠꾸러기'라고 하지만 요즘 너무 잠꾸러기가 되어버려 지금보다 더 예뻐질 네 모습이 아빠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그려지지가 않는구나

지금도 너무 예뻐니 이제 미모의 발전을 조금 멈추는 것이 어떻겠니? ㅋㅋㅋ

 

사랑하는 홍비야 !

아빠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언제인지 아니?

그것은 바로 네가 행복한 표정 지을 때란다.

그 다음으로 아빠에게 행복한 시간은 바로 너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들이란다

이 시간에는 온통 너 한 사람만 생각하고 너 얼굴만 떠오르니까 아빠는 참 행복하구나

예전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왜 행복한지 몰랐는데 이제는 그 행복을 아빠는 알 것 같단다

 

오늘도 아빠는 너에게 편지를 쓰면서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란 시(詩)가 떠오른단다

비록 예전의 시인의 시대처럼 예쁜 종이에 글자를 하나씩 하나씩 적어 나리고 곱게 접어 우표를 사서 부치고 그 편지가 당도했을까 하며 기다리는 고운 멋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 너에게 쓰는 아빠의 love letter시간은 또 다른 행복한 시간인 것 같구나

 

너도 유치환 시인의 '행복'을 한번 감상해보도록 하렴.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열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사랑하는 홍비야 !
다 읽었다면 눈을 감고 이 시의 여운을 한번 느껴봐. 그 행복이 다시 너에게 속삭여 줄 것이란다

아빠는 오늘 저녁부터는 다음달에 갈 해외여행에서 너와 엄마의 보디가드가 되기 위한 수련을 시작하마

낯선 외국에서도 아빠만 있다면 하나도 두려울 것이 없겠지?

아빠가 다리찢기도 다시 하고 발차기랑 본국검법도 연습해서 너희들의 멋진 보디가드가 되어주마

참, 보디가드들에게는 멋진 선글라스가 센스인데 어떻게 홍바와 엄마가 협찬해줄 수 없겠니? ㅋㅋㅋ

 

그럼, 금요일이니 아빠 퇴근 시간되면 바로 집으로 달려가마

건강해져라 내 딸 홍비 !

 

아빠는 홍비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아빠는 행복합니다

 

사랑해, 홍비~  

 

 

2013년 3월 22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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