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생의 가운데에서 만나다

임파선에 염증이 생기다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3. 26. 16:54

1. 나의 허락도 없이 불쑥 찾아 온 암이란 불청객

 

임파선에 염증이 생기다 

                                                                                                          Writted by 홍바라기

 

여느 새해처럼 2012년 임진년(壬辰年)의 시작이 방송에서 들려주는 종소리와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연일 '흑룡의 해다.', '길한 해다.'라며 밝아 오는 새해를 칭찬하고 있었고 나 역시 새해에는 사회와 직장에서 성과를 소망하는 한 해가 되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건강 가족이라 자부하는 우리가족은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매일 도장에서 운동도 하고 주말이면 산에도 다니는 등 아프다는 단어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가족이였다.

물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사건이 하나 있기는 하였다.

그것은 바로 딸 아이의 왼쪽 목 부위에 부어 올라 온 혹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지방이지만 상급병원을 포함하여 3곳 이상을 다녔고 최종 의사의 판정도 임파선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는 이야기였다. 그 과정에 세침검사(FNA)라는 검사법으로 암진단 검사도 받았었고 의사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된다는 립서비스를 날려주었다.

 

하지만 차츰 나아질 것이란 말과 달리 차도가 없고 원래 딸아이에 대한 일이라면 유독 유난을 떠는 스타일이라서 얼마 후 이비인후과 부분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분이 계시다는 부산에 소재한 대학병원으로 진료기록을 가지고 달려갔다.

예전처럼 세침검사(FNA)도 하고 목 부분 CT 촬영도 하고는 결과는 다음 진료 때 보기로하고 관찰하자는 소견과 함께 얼마간의 약을 타서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 흥얼거리는 콧 노래 소리와 함께 나는 웃고 있었다

'아 !, 딸아이를 위해 나 만큼 하는 아빠도 없을 거야. 내가 제일 최고다. 하 !, 하!, 하! ' 

 

시간을 흘러 봄의 한 가운데서 어느날, 지인과 시내에서 밤이 이윽하도록 술을 한잔 걸치다가 갑자기 사랑하는 딸아이가 보고 싶어졌다.

각자 잔을 마지막으로 비우고 집으로 돌아 가자고 했고 계산을 마친 나는 서둘러 가계를 나왔다.

화려한 도시는 밤 조명이 밝히고 있었고 갑자기 봄 꽃을 시샘하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택시를 잡기 위해 길을 걷다가 봄비에 감성이 젖었는지 나도 모르게 산울림의 회상이란 노래를 듣고 있었다.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지네 

 

노래와 함께 갑자기 주르르 흐르는 눈물, 도대체 이것이 뭐지? 어느새 난 소리내어 펑펑 울고 있었다.

이제 알아 챈 것이다. '내 딸이 많이 아프구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

숙취에서 깨어난 다음날은 정기 진료가 있는 날이라 회사를 하루 쉬고 딸 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지난 번 검사 결과가 나왔고 "암이 아니라 다행입니다"라는 말도 직접 담당의사에게 들었다.

'지난 밤의 나의 걱정과 눈물은 기우(杞憂 )였구나 그럼 그렇지'하며 나는 또 즐거운 나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