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허락도 없이 불쑥 찾아 온 암이란 불청객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Writted by 홍바라기
봄이 가고 있다.
집 앞 도로가와 산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도 이제는 다지고 무성한 신록의 초록으로 세상은 덮어져 버렸다.
잠깐 지난 풍경을 돌이켜 보면 매화의 청초로함을 시작으로 성숙한 여인의 자태를 닮은 백목련과 자목련에게 시간과 공간은 잠시 그 자리를 내어주는 듯하였다.
이어서 유치원 아이들의 올망졸망함 같은 노오란 개나리가 하천가를 따라 줄지어 피어나고 앞산에는 진홍색의 시골소녀 같이 부끄러움을 간직한 진달래가 만개를 하였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진달래꽃을 가득 따서 한 움큼 입 안에 넣고 산을 헤메였던 추억이 떠올랐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 벗꽃이 온 도시를 뒤덮었다.
벗꽃은 참 수명이 짧은 꽃이다.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동시에 만개하였다가 봄바람을 타고 세상 끝으로 두둥실 사라지는 꽃, 이 꽃은 나의 생에서 마치 짧은 학창시절을 보는 어느순간 "휙"하고 지나가 버리는 꽃이지만 아름답고 항상 그리움이 더하는 꽃이다.
일요일 저녁 봄비에 낙화를 하는 벗꽃을 보는 것은 참 슬퍼고도 괴로운 일인 것 같다.
시간은 또 흘러 아카시아 향을 마지막으로 봄은 그렇게 가고 있다.
나는 아직도 봄날의 그 아름다운 꽃잎을 인생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그리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 해본다. 어쩌면 이런 그리움은 지극히 정상의 사유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그 시간대들은 이제 추억으로 남아 자꾸만 나를 도도한 시간의 흐름 한 가운데로 밀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시인의 낙화>
예정된 검진 기간이 되어 다시 부산에 소재한 병원을 향했고 담당의사는 "이제 기다릴 수 없다."며 기일을 잡아 조직검사를 하자는 권유를 하였고 당장이라도 조직검사를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암검사도 2번이나 하여 음성으로 나왔고, 당장 딸아이는 학교 수련회도 다가오고,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방학에 조직검사를 예약하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그동안 의사들이 10개월 가까이나 진단하고 경과를 보자고 한 아이의 병명은 임파선염과 기쿠치병(kikuchi's disease)이었다.
임파선염과 기쿠치병은 여러 문헌과 논문을 살펴보아도 심각한 병은 아니고 생활습관 및 피로와 관련된 몸이 반응하는 몸살과 같이 내 몸이 경고의 신호를 주는 자연적인 현상이며 대부분 휴식을 취하면 호전되는 질환이다.
임파선염(lymphadenopathy)
임파선염은 임파선이 비대해지거나 임파선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일시적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거나 피로할 때 발생되며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양성이거나 일시적인 바이러스 감염증 등에 의한 경우가 많다.
또한 3개월 정도면 자연적으로 비대한 임파선이 가라 앉게 되며 의사는 정기적 관찰을 한다.
기쿠치병(kikuchi's disease)
질병의 이름이 생소하여 희귀 난치성 질환처럼 생각되지만 증상은 임파선염과 거의 유사하다.
조직구 괴사성 림프절염으로 일명 기쿠치병은 주로 젊은 동양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보고된 바가 많다.
환자가 피로하면 자주 발생되는 질환으로 이 또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자연적으로 비대한 임파선이 사라지는 질환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제 가볍지도 않고 멀기만 한 무거운 길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 한편으로 이번에도 잘 될 것이고 내 가족에게 무서운 질병은 없을 것이라며 나를 설득하고 나를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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