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잔인한 4월이 아니라 행복한 4월이란다(love letter 181)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4. 1. 11:54

사랑하는 딸에게

 

4월이 시작 되었단다.

지식층이라는 사람들은 4월이 오면 T.S 엘리엇 시인의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고'라는 글귀로 시작되는 황무지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예쁜 꽃이 만개하여 꽃 축제가 열리는 4월에게는 잔인한 표현 같구나.

 

아빠는 이제 딸이 PET-CT 검사에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소식도 듣고 집 앞 길가에 봄 꽃도 만개하니 잔인한 4월이 아니라 행복한 4월이란다.

여기 박목월 시인의 '4월의 시'란 제목의 시가 있단다. 이 시는 4월의 노래라는 가곡의 가사로도 사용된 아름다운 시(詩)로 소개해 줄테니 감상해보도록 하렴. 

 

        4월의 시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아빠는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라는 부분은 우리 이야기처럼 다가오고 또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는 대목에 와서는 목련꽃 아래에서 하얀  목련꽃 한장을 동봉해서 아빠의 love letter에 대한 답장을 쓰고 있는 너 모습을 그려본단다

너 이 편지보고 이러겠다.

헐~ , 아빠는 너무 못말려. 부담! 부담!

 

사랑하는 홍비야 !

치료 종결하여 맞이한 3월은 조마조마하기도 했고 무엇을 준비해야될지 고민한 달이라면 이제 시작되는 4월은 그냥 내 딛기만 해도 나아가고 쑥쑥 전진하는 바쁜 달이구나

 

4월에는 홍바 자전거를 깨끗이 목욕시켜서 맑은 바람을 쐬워 주자

4월에는 비행기를 타고 먼 이웃나라 여행도 다녀오자

4월에는 넓은 들판에서 봄나물도 캐고 예쁜 꽃 향기도 맡자

4월에는 친구들이랑 손에 손잡고 꽃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자

그리고 4월에는 서로 사랑하자

 

오늘도 여행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을테니 활발한 야외 활동보다는 휴식이 필요하겠지

아빠 퇴근해서 서로 재미나게 놀고 그러자

건강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홍비~ 

 

 

2013년 4월 1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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