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그 시간대에 충실하게 산다는 것과 그냥 삶을 사는 것 자체가 공부란 것이란다(love letter 208)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4. 28. 19:25

사랑하는 딸에게

 

일요일 마땅히 뭘 했다는 것은 없지만 다 함께 근처 우곡사와 외갓집에도 잠시 다녀오고, 책상정리, 도서관에서 빌린 책 반납, 청소, 밥 먹기를 하고 안방 좌탁에 앉으니 어느 득 시간이 저녁 8시를 향해가고 있구나.

너의 하루는 어떻니?

중간고사 준비하지 않는다면서도 아빠가 살짝 보니까 한문 수행평가 준비도 하고 과학의 원소주기율표도 걱정이 되었는지 외우고 있더구나.

아무래도 학생의 제일 큰 일은 공부하기 아니겠니?

너 정도의 또래 청소년들은 감수성도 많고 정의감도 넘쳐나지만 아직은 사실과 진리를 구별하여 행동하기에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단다.

이 점은 앞으로도 네가 살아가며 어떤 선택의 일이 다가왔을 때 그만큼 신중해라는 말이란다.

 

사랑하는 홍비야 !

이왕 1학기 중간고사가 며칠 후로 다가와서 공부도 해야하고 그러기에 아빠가 조금은 잔소리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까 조금은 이해해 줘.

아빠도 너처럼 학창시절에는 공부가 많이 힘들었단다.

그때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시험을 쳐야하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야간 자율학습에 시달렸단다. 중학교 때는 그냥 고등학교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또 대학교를 가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 공부했단다.

왜 공부하여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 또 큰 목적도 없었단다.

그러니까 오로지 공부의 목적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진학하기 뿐이었단다.

이 과정에서 많은 친구들이 회의를 품고 낙오하기도 하고 탈락을 하기도 하였단다.

 

아빠는 요 근래들어 나이가 40세가 훌쩍 넘은, 너희들이 말하는 중년이 되어서야 이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단다. 바로 그것은 그 시간대에 충실하게 산다는 것과 그냥 삶을 사는 것 자체가 공부란 것이란다.

쉽게 말한다면 너처럼 청소년기에는 성인이 되어 사회의 일원이 될 지식을 쌓고 학습을 하는 시기이니까 그 시간에 충실해야 된다는 것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공부도 조금씩 달라진단다.

아마 그 공부의 마지막 코스는 사랑과 나눔의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닐까 예측해 본단다.

 

자기 시간대에 주어진 삶을 허비하지 않고 충실히 산다면 우리는 성숙하고 열매를 맺는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단다.

이것이 아빠가 최근에 생각하고 느낀 공부에 대한 정의란다.

너 또한 영어단어를 암기하고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같은 학습이 공부의 다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너 또래에서는 이런 학습도 필요한 법이란다.

 

지금 이 대목에서 딸은 아빠한테 이렇게 반박하겠구나.

'그래 결론은 나보고 공부 열심히 하고 성적 잘 받아라는 말 아니예요?'

어느 정도 아니라고 부정은 못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맹세할 수 있단다.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기록한 <논어(論語)>에도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吾十有五而志于學'란 말이 있단다. 이것에서 유래하여 15세의 청소년기를 지학(志學)이라고 부른단다.

 

하지만 공부(工夫)의 원래 한자적 의미는 '수단을 강구한다', '여러 모로 생각한다'는 의미란다.

비록 이것이 후세에 변하고 또 오늘날에 와서는 단순히 학습을 하는 의미로 퇴색이 되어버렸지만 그 근본은 알아두기 바란단다.

 

아빠가 계속하다가는 딸한테 야단 많이 맞겠구나.

아빠는 딸의 구박이 무섭고 싫어요. ㅋㅋㅋ

그래 오늘의 잔소리는 여기에서 그만 하련다.

 

항상 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란다.

아빠도 그것은 변함없고 양보할 수 없는 일이란다.

 

아빠가 매일 매일 사랑을 듬뿍 줄테니 너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거라.

 

사랑해, 홍비♡ 

 

   

2013년 4월 28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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