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 윤동주
쫒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에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尖塔(첨탑)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 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1941년은 윤동주 시인이 25세 되는 해로 그해 12월에는 연희전문을 졸업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는 바로 1941년을 기점으로 하여 쓰여졌던 시들입니다. 1941년 5월 31일에 지은 십자가는 종교인의 엄숙함이 시인의 자아에 보이며 또한 말하지 못하는 청춘의 고뇌도 가득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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