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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100선] 26.그날이 오면 / 심훈

그날이 오면 /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던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 ※ 심훈(1901 ~1936)은 일제강점기에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주로 쓴 작가로 ..

[시 100선] 25. 청포도 / 이육사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문장」(1939년 8월)에 발표된 이육사의 대표작입니다. 육사의 서정성과 바램을 볼 수 있으며 일상의 평화와 평온이 한껏 느껴지는 시이면서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육사의 詩중에 하나입니다. 칠월의 여름 한 낯에 흰 돛단배를 타고 청포를 입고 고향으로 찾아 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일상을 한번도 가지지 못한 시인의 꿈이지..

[시 100선] 24. 절정 / 이육사

절정 / 이육사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절정]은 「문장」(1940년 1월호)에 발표된 이육사 시인의 작품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절정이란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에 많이 쓰이며 어떤 상태나 상황이 극단적으로 좋아지는 정점에 올랐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단어로는 정점, 고점등이 생각나며 의미는 비슷하지만 방향성이 완전히 반대의 단어로는 바닥을 치다. 나락, 극한 등이 있을것 같습니다 시인이자 무장독립운동을 하는 군인이 이제 일제에 쫒겨 쫒겨 간 곳,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