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49

작별

작별 / 서창범 헤어짐을 알려야 할 땐 하동마을 강가에서 마냥 그대와 밤을 지샐렵니다 머리 위 긴 강줄기 하나를 찾게 되면 그 속의 별자리를 더듬읍시다 어둠이 조금씩 깔려오면 조그마한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핍시다 크지는 않지만 밤새 타오를 모닥불을 만듭시다 싸늘함이 우리들에게 다가오면 나의 품으로 그댈 감쌀겁니다 밤새껏 얘기를 나눕시다 수 천 번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예전의 그 말들 새벽이 오고 다시 아침이 밝아오면 재와 연기만 피어오르는 모닥불을 남겨 놓고 떠납시다 마지막 인사로는 안녕이란 말 한마디에 족합니다 덜컹거리는 열차 칸에서 가슴 한 구석에 파고드는 그대 생각을 허탈한 한 조각 웃음으로 셈하렵니다 만나는 순간부터 이별의 준비를 해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에 또 미소를 보내야만 합니다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 서창범 비가 내린다 더위에 타올랐던 아스팔트의 비명이 사라지고 태양이 사라진 자리에 어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비가 내린다 구슬픈 청춘을 닮은 빗소리는 풀벌레소리마저 숨죽이게 하고는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다 비가 내린다 우산 밖은 빗줄기로 가득 찼지만 내가 걸어가는 머리 위로는 한방울도 떨어지지 않고 나는 아직도 빗속을 걸어가고 있다 또 비가 내린다 처량한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