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시인(1903.1.6~1950.9.29)은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윤식, 영랑은 아호로 시문학에 작품을 발표할 때부터 사용하였습니다. 1919년 휘문의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때 독립선언서를 숨겨 들고 고향 강진으로 내려와서는 만세..